9999-hey-01 님의 블로그
시대마다 다른 색의 의미 – 1980년대에서 2020년대까지 본문
1. 색은 시대를 비춘다: 문화와 색의 연결
1-1. 색은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다
색은 단순한 시각 정보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담은 ‘정서적 기록’이기도 하다. 특정 색이 유행했던 이유는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사회적 불안, 경제 상황, 대중문화의 영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색은 시대의 아이콘이나 슬로건만큼이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 시대를 기억하는 하나의 감정 장치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회색이 많이 사용된 시대는 종종 불확실성과 보수적 분위기를 대변하고, 강렬한 형광색은 과
감한 도전정신이나 탈권위주의를 상징하곤 했다.
1-2. 시대를 구분하는 색의 흐름을 읽는 이유
우리가 과거의 색채를 이해하는 것은 단지 회고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의 컬러 트렌드, 소비자 반응, 브랜드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디자인, 마케팅, 심리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대별 색채 감성은 트렌드 예측이나 상품 개발의 핵심 기준이 된다. 특히 브랜드가 색을 고를 때 과거와 현재의 감성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타깃 고객과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색의 흐름을 읽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과도 같다.
2. 1980년대: 과장된 개성, 원색의 시대
2-1. 형광과 네온, 컬러의 과감한 반란
1980년대는 사회 전반에 활력이 넘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퍼지던 시기였다. 특히 MTV의 등장, 디스코 문화, 팝아트의 영향으로 형광 핑크, 네온 그린, 강렬한 옐로우 등의 원색 계열이 크게 유행했다. 이 시기의 색채는 일상에서도 ‘과장된 개성’과 ‘자기 표현’의 욕구를 반영하며, 옷, 가구, 전자제품까지 강한 컬러들이 넘쳐났다. 당시 유행한 파워슈트와 붉은 립스틱, 컬러풀한 워크아웃복도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색의 증거였다.
2-2. 소비와 색, 낙관적 경제와 색채 감성
이 시기의 경제적 성장과 소비 중심 문화는 ‘풍요로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필요를 만들었고, 색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브랜드 로고, 패키지, 광고에 화려한 색들이 자주 등장했고, 이는 곧 대중에게 “우리는 가능성이 넘친다”는 집단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기업 브랜드 색상도 하나같이 눈에 띄는 원색 계열이었으며, 이는 자신감, 활력, 진취성을 의미하는 색의 심리와도 맞물렸다.
3. 1990년대: 미니멀리즘과 무채색의 미학
3-1. 절제된 회색과 블랙, 감정의 억제
1990년대는 전반적으로 80년대의 과시적 컬러에서 벗어나 절제와 안정감을 강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회색, 블랙, 베이지 등 뉴트럴 계열이 두드러지며, ‘덜어내는 아름다움’이 디자인의 핵심 가치로 떠올랐다. 사회적으로는 냉소주의와 개인주의가 퍼졌고, 이는 색채 감각에도 반영되어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억제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패션에서도 이른바 ‘헤로인 시크’ 스타일과 같이 창백하고 무채색의 미니멀 감성이 주류가 되었다.
3-2. 디지털의 시작과 색의 변주
이 시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웹디자인이 도입되며, 스크린에서 잘 보이는 색상, 즉 대비가 강한 색보다는 시각적으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색들이 자주 사용됐다. 동시에 그래픽 프로그램의 발전으로 인해 컬러의 세부 조절이 가능해졌고, 이는 색을 더욱 ‘정교한 정서 표현의 도구’로 다루게 했다. 한편에서는 그레이시한 파스텔이나 톤 다운된 블루, 카키 등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색이 유행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대변했다.
4. 2000년대: 테크 감성과 글로벌 브랜드 컬러
4-1. 블루와 실버, 기술 진보의 상징색
2000년대 초반, ‘밀레니엄’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떠오른 색은 단연 블루와 실버였다. 이 두 색은 미래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며, 테크 제품에서 자주 사용됐다. 애플의 아이맥, 윈도우즈 로고, 삼성의 브랜드 컬러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파란색 계열을 전략적으로 채택한 것은 소비자에게 신뢰와 혁신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였다. 이와 함께 하늘색, 라이트 실버 등 청량감 있는 색조가 대중문화 전반에 스며들었다.
4-2. 감성 소비와 컬러 마케팅의 부상
이 시기부터는 감성 중심의 소비가 두드러지며, 브랜드들은 ‘감정을 자극하는 컬러’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짙은 그린은 고급스러움과 안정감을, 코카콜라의 레드는 열정과 친숙함을 부각시켰다. 컬러를 통해 브랜드의 성격을 표현하는 ‘컬러 브랜딩’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소비자 역시 특정 색이 주는 이미지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마케팅과 색채 심리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5. 2010년대: 취향의 다변화와 파스텔의 확산
5-1. 파스텔 톤, 위로받고 싶은 시대의 정서
2010년대에는 소비자 취향의 다변화와 함께 파스텔 톤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민트, 라벤더, 살구색, 베이비 블루 같은 색상은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로 SNS, 패션, 인테리어에 널리 퍼졌다. 이는 사회 전반의 불안정성, 경쟁 피로감, 정서적 고립감에 대한 무의식적 대응으로, 색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과거보다 색을 더 가볍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이 시기의 특징이다.
5-2. 팬톤 올해의 컬러와 문화의 상호작용
2010년대부터 팬톤(Pantone)이 발표하는 ‘올해의 컬러’가 전 세계 트렌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16년의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는 젠더 뉴트럴과 감정적 평화를 상징했고, 2019년의 리빙 코랄은 생동감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팬톤 컬러는 단순 유행을 넘어, 세계적인 사회 분위기와 개인의 감정 상태를 연결하는 문화적 언어로 자리잡았다.
6. 2020년대: 디지털, 심리, 다양성의 색채 혁명
6-1. 안정 vs 자극: 컬러 이중구조의 출현
2020년대는 팬데믹, 기후위기, AI 확산 등 세계적 격변기 속에서 컬러 역시 이중적인 흐름을 보인다. 한편에서는 심리적 안정을 주는 그레이시 블루, 테라코타, 올리브, 차콜 그레이 같은 톤이 주류가 되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디지털 세계와 메타버스 감성을 반영한 비비드한 사이버 컬러나 네온 컬러도 공존한다. 이런 흐름은 사람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감성과 테크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심리를 보여준다.
6-2. 다양성과 자아표현의 색채 전략
또한 이 시기는 ‘개인의 자아표현’이 더욱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면서, 특정 트렌드 컬러보다 ‘나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으려는 니즈가 강해졌다. 퍼스널 컬러 분석, 컬러 팔레트 테스트, MBTI 컬러 연관성 콘텐츠가 유행한 것도 이 흐름의 일부다. 브랜드들도 하나의 메인 컬러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서브 팔레트’를 활용해 다층적인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비전공자를 위한 색채 심리와 배색 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화 속 색상은 왜 그렇게 쓰였을까? – 미술로 보는 배색 (0) | 2025.07.27 |
---|---|
광고 속 색 심리 조작 사례 분석 (0) | 2025.07.26 |
국가별 금기색과 축복색 – 색의 문화적 해석 (0) | 2025.07.26 |
동양과 서양에서 색이 해석되는 방식의 차이 (2) | 2025.07.26 |
색을 통한 감정 기록: 컬러 다이어리 쓰는 방법 (1) | 2025.07.25 |
색으로 나를 보호하는 법: 경계색과 내면 심리 (0) | 2025.07.25 |
색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심리 훈련법 (0) | 2025.07.25 |
당신의 성격을 보여주는 시그니처 컬러 정하기 (1) | 2025.07.25 |